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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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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편지 아무런 느낌 없이 스쳤지만 뒤모습을 바라보면 자꾸 눈물이 나고 두손엔 추억이 남아 따끈따끈하다 산과 나무와 바람과 별은 어느때까지만 산과 나무와 바람과 별뿐이다, 마음이 텅 비여있을때 편지를 쓴다.마음을 쓴다.아무것도 없어서 쓰고나면 하얀 백지지만 그래도 꼬낏꼬낏 접어서 어딘가 부쳐보낸다.그리곤 잊어버린다. 어느날인가 반갑게 편지를 받게 된다.펼쳐보면 하얀 백지뿐이다.아무런 글자도 없지만 향기가 난다.눈물이 난다.누렇게 색바랜 봉투는 누렇게 옛말을 한다.자기가 쓰고 자기가 보내고 자기가 받아 보고 그것이 인생이라 그것이 세월이라 우리는 항상 세월속에서 편지를 쓰며 자신을 기록하고 있을뿐이라고. 산과 나무와 바람과 별은 어느때까지만 산과 나무와 바람과 별뿐이다. 글/김혁
꽃 시/김혁 가을이 운다 가을을 운다텅 빈 그 자리에꽃만 남았다.이름을 깍아쌓아 올린 무덤에별을 뿌리고빨간 피로 물든화려했던 꿈들로담배를 만다잊기 위한 웨침에꽃이 지면서지는 꽃들이지는 꽃들이가을을 운다 가을이 운다. Copyright ©www.kimtime.com
어느 가을밤 나는 어제 혼자서 술을 마시고 비칠비칠 길을 건느는데 바람같이 지나가던 자동차의 귀를 째이는듯한 급정거소리가 들렸다.아찔하던 그 순간,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앞에 그녀가 나타났다.그리고 온몸이 사르르 가벼워지며 추어졌다.그녀는 웃고 있었다.봉선화같은 순수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나를 보고 웃는걸가?아니다.분명 그녀는 나를 보고 웃는것이 아니다.하지만 그녀는 웃고 있다.내가 잊어버렸던 그녀의 미소를 하필이면 이 순간에 다시 떠올린다는것이 무엇때문일까? 었다.하지만 짜증은 나지 않는다.그녀는 웃고 나는 추워서 떨고 있었다.그녀를 다 잊은줄 알았는데 나는 그녀를 잊는다는 이유로 그녀를 기억했는가 보다. 술 취한 가을 밤,나는 길바닥에 누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하늘의 별을 세기 시작했다.피가 ..
한 남자의 향기를 입에 묻힌채 그녀는 내 품에서 잠자고 있다. 분명 한 남자의 향기다. 2년전 그날밤, 난 한 남자를 만났었다. 2년후 오늘은, 그녀가 비수처럼 퍼런 날을 세워 나에게 똑같은 피 비린 복수를 하고 있다. 왼쪽 심장이 꿈틀해난다. 피가 흐른다. 그녀의 가엷은 질투가 금시 내 손을 붉게 물들인다. 미친듯이 아주 미친듯이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 입술이 닿아갔다. 그리고 말라버린 질주를 했다. 문득 한 남자의 우뚝 선 페니스가 생각났다. 싫지 않았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내가 아프다. 내가 아프다. 그녀와 나는 똑같은 꿈속을 걷고 있었다. 이제 꿈속에 키스를 묻어 두어야 했다. ⓒ글/김혁,포토/FAVE
秋響 秋響 詩/김혁 아,가을! 귀밑으로 타오르는 단풍 든 향음. 멀리 고향에 편지를 쓴다! (2006년 쓴 작품) Photo by FAVE ⓒRino Kim
살면서 죽어가며 살면서 죽어가며 시/김혁 죽어간 그 누구를 위해 내가 눈물을 흘리다 죽어간 나를 위해 그 누군가 눈물을 흘리다 우리는 살아있다 우리는 죽어간다 이것이 더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아름답게 죽어간다
물처럼 물처럼 시/김혁 그녀의 부드러운 몸매는 흐르고 있었다 물처럼부드러운선률이다. 물에 베여 헤진 사랑은 겨우 손바닥에 고여 고집스레 파도만 일구고 기억의 칼날을 세우고 심장을 허비는 그 아픔에는 피방울이 빨갛게 알몸으로 눕는다. 그녀를 두고 나는 떠났다. 한 여름밤의 꿈은 시커먼 숯덩이처럼 숨을 쉰다. 물처럼 참 고요하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길 시/김혁 이 길에 서면 나는 내가 누구였던지 이상하게 잊어버린다 이 길에 서면 봄이 떠난 마음가에도 해살이 피여나는 행복을 느낀다 아,계절의 상처에는 바람이 곱게 이는구나! 이 길,이 중앙에 서서 저기,저기,저 멀리 두팔을 펼치면 나의 뒤모습을 허비는건 숨쉬는 심장의 메아리 길로 태여나 길로 살다가 길로 아름답게 죽어간 바람같은 이야기를 물고 붉은 꽃처럼 피 묻은 하얀 새가 구슬피 울고 있다. ※2005년 개인작품선《계절의 흐름소리》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