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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수필

[新作수필]寒


글/김혁

    당황히 달려가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때,뒤돌아보는 낯선 얼굴을 바라보고 금시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녀가 아니였다.분명 그녀가 아닌데 미안하다는 말도 못한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림을 어쩔수 없었다.사람들이 오고가는 길중앙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에 겨우나 휘청거리며 바보처럼 나는 또 울어버리고 말았던것이다.
 
     그녀의 뒤모습을 잃어버렸다.아니,처음부터 난 그녀의 뒤모습을 기억하지도 못했고 그녀가 떠나는 날에도 난 그녀의 떠남을 모른채 혼자서 바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그동안 꿈속에 몇번이고 나타나서 항상 나를 보고 새물새물 웃었지만 내가 손을 내밀면 금시로 눈물을 흘리며 사라지던 그녀였고 한번도 나에게 자신의 뒤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그녀였다.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그녀의 뒤모습을 모르고 살아왔다.
     근데 왜서 난 지금까지 그녀의 뒤모습에 집착이 가는지 모르겠다.그것보다 그녀를 마주하기에 너무나 부끄러웠던 나 자신이 괴로워 항상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앞모습을 상상하며 사랑해왔던 내 자신이,차마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도 못한채 그녀를 보내버린 내 자신이 너무나 바보처럼 생각되여 그랬을것이다.
     그녀의 뒤모습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솔직히 나 자신도 모른다.
    
     그후 몇번이고 그녀로부터 공중전화가 걸려왔었다.떠나갔다던 그녀의 전화번호는 분명 내가 있는 이 도시에 속하는 번호였다.어디있냐고 물으면 그녀는 쓸쓸한 침묵으로 답을 주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미친듯이 울음만 반복했었다.그녀의 떠남은 나를 떠나기 위한 선택이 아니였을것이다.하지만 그녀를 손을 놓은 그 순간, 그것은 내가 그녀를 위한 선택이였다.아팠지만 아파서 어린애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선택이였지만 난 끝내 손을 놓아버리고야 말았다.그럴수밖에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활짝 개인 하늘이 어둡게 느껴졌었다.
     확실히 떠나갔다던 그녀는 분명 이 도시에 남은것이다.그녀는 그저 내 마음의 울타리를 떠났을뿐이다.모두들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나쁜 자식들!
     그녀가 지금 이 도시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것이 더는 나한테 중요한것이 아니였다.오직 그녀를 만나야 했다.가령 만나서 또 어린애처럼 눈물만 흘리며 아무말 못하더라도 그녀를 만나야 했다.살아서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을거라 자신한테 굳게 다짐했던 약속도 이젠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던것이다.그녀를 만나야 한다.그녀를 만나야 했다.
 
     생활은 계속되였다.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달이 뜨고.모든게 아무일 없었던듯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녀를 찾아 헤매는 나의 길을 길고 멀게만 느껴졌다.
     세상은 야속하다.
     근데 나는 그녀의 뒤모습을 잃어버렸다.길 중앙에서 서서 바라보면 총망히 걸어가고 있는 녀인들의 뒤모습이 모두 그녀처럼 느껴진다.아니다.어떻게 해야 하나.나는 눈빛조차 잃어버린것 같다.이건 아니다 하며 나 자신도 알면서도 난 짬이 있으면 그녀와 함께 걸어다녔던 길을 다시 찾아헤미군 했다.부질없는 일일지라도 더이상 의의가 없어도 괜찮았다.
     "나쁜 년!"
     그녀가 야속했다.야속하지 않을수가 없었다.날 떠나 행복했을까?나의 눈물을 무정하게 밟고 떠나가던 그날밤 그녀의 눈물은 어디에 뿌려졌을까?
     나는 바보가 되여버린것 같았다.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몇번이고 낯선 녀인을  따라갔던 방황도 이젠 습관처럼 되여버린것 같았다.분명 이 도시에 있는데 나는 왜 지금까지 그녀를 찾지 못할까?분명 이 도시에 있는데 그녀는 왜 날 찾지 않을까?사랑했잖아.우리 정말 사랑했잖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또 겨울이 왔다.그녀를 찾는 나의 길은 가을의 낙엽을 지나 겨울까지 뻗어왔다.올해 겨울은 너무나 춥다.추운 이 겨울날 나는 혼자서 그녀를 찾다가 지쳐 휘늘어진 골목길의 한 바에 들어갔다.
     "포기하자,사랑해도 포기하자,이 생에 그녀와 안 된다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
     절말 지쳤다.지쳐서 더는 지침이란 무엇인지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술이 불처럼 목을 태우면서 나의 심장을 지나갔지만 나는 이미 심장의 그 으스스 가냛은 떨림에도 이미 망각되여 버렸다.
     그녀는 이미 그날밤 날 떠났던것이다.확실히 그날밤!다시 찾는다 해도 그녀를 마주하고 뭐라고 말할까?나는 대답을 찾지 못한채 바의 화장실 거울앞에 서서 거울속에 어스듬히 비껴진 못 되게 여윈 자신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를 찾는다는 그 방황 자체에 더는 합리한 이유를 붙힐수 없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여위였구나.
     그래 포기하자.포기하는것이 더 아름다운 일일지도 모른다.손바닥만한 이 작은 도시에서 그동안 난 그녀를 찾아 많은 길을 걸었고 그 길을 걸으면서 잃어버린 나의 자존심은 이제 겨울의 눈속에서 고독하게 얼어갔을것이다.어쩐지 지금의 나로서는 그 얼어버린 자존심을 녹일 자신이 없었다.더는 의의가 없었다.그녀를 향해 찾아간 길이지만 지금까지 난 반대방향으로만 걸어온것 같다.돌아갈 길도 잃어버린채!
     현실속엔 길이 없었다.
     바에서 나왔다.한 겨울 차거운 북풍이 얼굴에 들이닥쳤고 나는 금시로 정신히 희미해졌다.
     "바보,너 취했냐?"
     혼자 중얼거리며 비틀거리는 걸음을 겨우나 챙기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북극성이 나를 비웃으면서 반짝인다.나는 피씩 웃고 말았다.
     "행복해라!"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바람같이 지나가던 자동차의 귀를 째이는듯한 급정거소리가 들렸다.아찔하던 그 순간,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앞에 그녀가 나타났다.그리고 온몸이 사르르 가벼워지며 추어졌다.그녀는 울고 있었다.나의 얼굴을 두손으로 어루만지며 울고 있었다.따스한 그녀의 손길!나때문에 우는걸가?아니다.분명 그녀는 떠났는데,하지만 그녀는 울고 있었다.내가 잊어버렸던 그녀의 눈물을 하필이면 이 순간에 다시 떠올린건 무엇때문일까?

     꿈이냐 생시냐?!

     싫었다.하지만 짜증은 나지 않는다.그녀는 나를 흔들며 하염없이 울고 있고 나는 추워서 떨고 있었다.술 취한 겨울 밤,나는 길바닥에 쓰러져 그녀의 이름을 고래고래 불러댔다.피가 흐른다.눈앞이 흐려진다.나에겐 아픔이란 이제 잃어버린 추억으로 되였다.
     눈물이 났다.눈물이 났다.
     "씨발,나 차에 치웠잖아.근데 왜 아프지 않은거지?"
     누군가 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아,더 추워진다.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센다.
     그녀가 별이 되여 사라지고 있었다.
     분명 희미한 가로등에 비껴진, 눈물을 훔치며 미친듯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그녀의 뒤모습이다.아,그녀의 뒤모습…
     "너도 많이 여위였구나.바보야,그동안 어디에 있었니?"
     모든게 눈물처럼 아리숭해져갔다.
     피의 흐름도 이젠 나의 자존심처럼 겨울속에 얼어가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뒤모습을 잃어버리고 이 작은 도시에서 미친듯이 그녀를 찾아헤맬때 그녀는 한없이 이 아픈 도시에 남아 나의 뒤모습을 기억하며 나를 찾아헤매고 있었던것일까?
     그랬을까?
     우리는 사랑했었다.하지만 영원히 서로의 뒤모습만 기억할뿐 도무지 마주할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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