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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피는 녀인

가을에 피는 녀인

 

시/김혁

 

하늘이 싫어서가 아니란다

사랑같은 하늘이

하늘같은 사람이

어느날 아침 깨여나고 보니 미워져서

여름의 하늘을

가로 접고 세로 접어서

꼬독꼬독 맛있게 씹어버린 그녀가 말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녀는 고개를 수그린다

하늘이 입안에서 산산히 깨여질때

우뢰같던 신음소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시원하단다.

그녀에겐 하늘이 부끄럽단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그립단다

요사이 짜증나게 내리는 비에 자기도 울어버렸다며

그녀는 여름을 커피에 타 마시고 있다

그 남자는 죽었다고 한다

그녀의 마음속에 쌓아 올린 그 남자의 무덤가에서

그녀는 자꾸 길을 잃는다고 한다

그 남자는 무덤안에서

그녀는 무덤밖에서

그리고 그 무덤은 그녀의 안에서

하루하루 커지는 그리움이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임신했다면서 아니꼽게 본다고 한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커피처럼 쓰거웠지만 그녀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그립단다

가을이 오면 되겠죠?

가을이 오면 그녀는 한송이 꽃으로 피여나고 싶다고 한다

한송이 꽃으로 피여나서 겨울을 기다리고 싶단다

그리고 사랑했단다.

 

ⓒ2009년 9월,중국 《흑룡강신문》문예란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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